죽음의 순간 남긴 참으로 멋진 편지이다. 지하의 탄광, 어둠 속에서 써 내려간 마지막 글...
▲ 마틴 톨러가 갖고 있던 보험증서 뒷장에 남긴 메모. 캄캄한 지하에서 휘갈겨 쓴 글씨가 삐뚤삐뚤하다. /AP
"아빠는 힘들지 않단다 잠들뿐이야… 사랑한다"
美탄광매몰 희생자들이 남긴 마지막 쪽지
- 탄광 매몰 사고
죽음의 순간 그는 펜을 들었다. 12명의 희생자를 낸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의 탄광 매몰사고〈본지 5일자 A16면 보도〉 당시 한 희생자가 죽음의 문턱에서 써내려 간 쪽지가 6일 발견됐다.
숨진 광부 마틴 톨러(Toler)의 주머니 속에서 나온 쪽지엔 ‘하늘나라에서 보자고 전해줘. (기분이) 나쁘진 않아. 그냥 잠드는 기분이야. 사랑한다’라고 쓰여 있었다. 같은 광부인 형 톰은 “글씨가 희미하고 부정확했다”며 “마지막 순간에 (어둠 속에서) 휘갈겨 쓴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밖에 다른 쪽지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또 다른 희생자 제리 그로브스(Groves)의 형 존은 “시신을 확인하러 갔을 때 의료진으로부터 ‘아빠는 힘들지 않단다’ ‘잠드는 것뿐이야’ 등의 글귀가 적힌 쪽지가 최소한 4개는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역시 숨진 프레드 웨어(Ware)의 딸 코헨(Cohen)은 “쪽지는 없어도 된다”면서 “몸에 큰 상처 없이 평화로운 표정으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보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고 했다.
매몰사고가 일어난 것은 2일 오전 6시30분.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로 지하 78m의 사고(Sago) 광산 채굴장에 있던 광부 13명이 갇혔고, 결국 이 중 12명이 숨졌다. 이 소식이 알려지기 3시간 전 “12명이 매몰 41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광산회사측의 실수가 빚은 오보(誤報)로 밝혀져 유족들이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유일한 생존자 랜달 매클로이(McCloy)는 구조 직후 병원으로 긴급 후송돼 고압산소 치료를 받고 있지만 혼수 상태다. 그의 아버지는 “어린 아이 둘을 둔 젊은 내 아들을 위해 광부 동료들이 얼마 안 남은 자신들의 산소를 나눠준 것으로 믿는다”며 “그들은 모두 친형제와 같아서 서로를 챙겼다”고 말했다. 연방 및 웨스트버지니아주 수사기관은 사고 현장에서 폭발 원인과 오보 소동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첫 번째 장례식은 토요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