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어디선가 본 글인데 다시 찾았다!!
신문에도 한 번 실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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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가 나타나면서 인간들은 밤의 하늘로부터 그 시선을
브라운관의 공간으로 돌렸고, 밤의 침묵을 듣던 귀를
FM전파의 음향으로 기울였다.
아폴로 11호가 달에 상륙하였을 때의 일이다.
나는 예부터 유난히도 달을 좋아하던 한국인들이 현대에 와서는
어떻게 변했는가를 알기 위해서 도시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앙케트를 내본 적이 있다.
[ 지난 한 달 동안 달을 몇 번이나 본 기억이 있으십니까?
보았다면 , 어느 때 어떻게 해서 보았읍니까?]
그 통계 결과를 보면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사람이 6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40%의 이태백(李太白)들도 실은 우연히
보았다는 것이다.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변소에
갔다가] [술 먹고 돌아오던 길에.....] 그리고 그중에는 [밤에
TV 안테나를 고치려고 지붕에 올라갔다가......]라는 것이 있다.
TV를 보기 위한 부산물로 우연히 달을 보았다는 것, 이 유머러스한 TV 마니아의 고백이야말로, 현대의 밤이 어떻게 종말해 가고 있는가를 생생하게 암시해 주고 있는 말이다.
불안한 밤, 권태로운 밤, 쓸쓸한 밤, 고뇌에 가득찬 밤-----
낮에는 잊고 있었던 그 모든 생의 한숨들이 어둠처럼 가슴속에
고이기 시작하면 옛날 사람들은 으례 영창을 열어본다.
달이 떠 있다. 그렇지 않으면 무수한 별들이 어둠 속에서 흔
들리는 수목의 가지들 틈에서 반짝인다.
그러나 현대인은 밤의 침묵과 고통을 맛보기 전에 TV의 채널을
돌린다. 그러면 거기 {대낮이 연장된 환한 광경}들이 열린다.
권총 소리와 인디언의 화살이 흐른다. 어느 희극 배우가 익살을
떠는 사투리와 나이트 클럽 같은 무대에서 몸을 흔드는 유행가
가수의 관능적인 목소리가........
그 모든 소리와 몸짓들이 밤의 정적을 마구 찢고 불태운다.
탐욕한 대낮의 욕망이 밤의 어둠 속에서도 여전히 그 화면
위에선 잠들지 않고 꿈틀거린다.
밤이라 해도 TV는 정신적인 밤을 죽이고 범죄와 관능의 밤만을
남겨 주고 있다.
이를테면 밤의 불안과 고독을 피해서 술집을 찾아가듯 TV의 채널
을 돌린다. 본질적으로 TV는 안방에 차려 놓은 나이트 클럽의 대용물(代用物)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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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이어령
출판사:서문당/1985년 11월 120일 펴냄
*이 글은 이어령씨가 이화여자대학 교수때 펴낸 수필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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