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이런 칼럼이 실렸기에...
한국 민족은 유난히도 미래의 길흉화복을 점치기를 좋아한다.
자신의 운명에 대한 예언을 듣고 싶어한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영원한 운명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줄 때면 외면한다. 복음을 믿으라.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라. 이는 한 해의 길흉화복이 아니라 영원을 좌우하는 문제이다.
성경에는 이런 여자가 나온다. [우리가 기도하러 가다가 점치는 영에게 사로잡힌 소녀를 만나니 이 소녀는 점치는 것으로 자기 주인들에게 많은 이득을 가져다 주는 자더라.](행16:16). 하나님은 이런 자들에 대해서 무엇이라고 하시는가? 점치는 자들, 마술사들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무엇인가? [부리는 영을 지닌 자들에게 관심을 두거나 마술사들을 추종하지 말지니 그들로 말미암아 /너희가/ 더럽혀지지 않게 하라. 나는 [주] 너희 하나님이니라.](레19:3).
[김형기의 이 風塵 세상에] 사주팔자 믿을까 말까
김형기 조선일보 부국장대우 hgkim@chosun.com
입력 : 2005.11.27 10:02 00' / 수정 : 2005.11.27 10:14 18'
정상명 검찰총장 내정자가 부인과 20년 넘게 주민등록을 따로 해왔는데, 그 이유가 ‘부인이 친정을 떠나면 안된다’는 한 무속인의 충고 때문이었다는 보도가 화제가 됐다. 그러자 “천하의 검찰총장이 그런 미신을 믿느냐” “앞으로는 범인 구속·불구속도 점을 쳐서 결정하라”는 야유성 반응이 쏟아졌다.
하지만 설령 역술가의 충고를 따른 것이 사실이라 해도, 그걸 자신있게 비웃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한국인의 50%, 경우에 따라 80% 이상이 어느 정도는 점을 믿는 것으로 나온다. 활동 중인 역술인·무속인이 40만명을 상회하고, 역술산업의 규모는 한 해 2조~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래를 알고 싶어하는 욕구는 고금동서에 다 있다. 미국 레이건 대통령은 많은 행사 일정을 점성술의 길일에 맞췄고,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은 유럽통합 비준 국민투표 날짜를 점술가의 조언을 받아 잡았다는 일화가 있다. 그렇지만 역시 이 분야만큼은 우리가 좀 유난스럽다.
종류부터 무궁무진하다. 사주, 신수, 궁합, 작명, 해몽, 풍수, 관상, 수상, 족상, 신굿…. 일금 1만원을 받고 아줌마 인생상담을 해주는 역술인은 ‘점쟁이’로 불리고, 굴지 기업의 CEO에게 비즈니스 상담을 해주는 역술인은 ‘경영 컨설턴트’로 불린다.
나의 운명을 미리 안다는 것은 참으로 매혹적이다. 하지만 대체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 것인가? 사주풀이는 음양오행설에 기초해 명을 예측하는 하나의 학문이다. ‘생년, 생월, 생일, 생시의 네 기둥(四柱)에 각각 십간십이지를 붙여 만든 여덟 글자(八字)가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일생을 결정한다’는 것이 골자다. 한나라 때 시작돼 나름대로 정교한 틀을 갖추어 오늘에 이르렀으나 허점은 많다. 산술적으로 조합가능한 사주팔자의 경우의 수는 51만8400가지다. 세계 인구가 65억명이니 1만2538명이 똑같은 사주를 갖고 있다는 계산이 된다. 사주학의 원리상 이들의 운명은 같아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다. 심지어 쌍둥이까지도 전혀 다른 일생을 보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김영삼 대통령과 똑같은 사주의 모씨는 아내와 사별하고 10만원짜리 월세방에서 어렵게 노년을 보냈다. 일부 역술가들은 “사주가 같아도 태어난 지역의 풍수나 조상의 음덕 등으로 실제 운명은 바뀔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그런 설명은 오히려 사주풀이의 부정확성만 더 드러낼 뿐이다.
가장 과학적이라고 자부하는 사주가 이럴진대 다른 분야는 말할 것도 없다. 필자의 한 친척은 둘째 손자의 이름을 지으러 작명가를 찾아갔다가 자신이 2년 전 직접 작명해준 첫 손자의 이름을 보면서 “어디 가서 이런 엉터리 이름을 지었느냐”고 호통치는 바람에 어이가 없어 되돌아나온 경험이 있다.
물론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힘겹고 고단할 때 “앞으로 좋은 운이 찾아온다”는 사주풀이나 점괘를 받아들면 좀더 긍정적으로 현실을 헤쳐나갈 힘을 얻을 수 있다. 부부나 가족간 불화 때문에 모든 것을 끝내려던 사람이 ‘근본원인은 자기 팔자’라는 설명을 듣고 마음을 겸손하게 낮춰 가정 행복을 다시 찾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이런 것들을 과신한 나머지, 만사를 점술에 의존하는 노예가 돼버리거나, 불행한 예측을 들었다고 거기에 얽매여 불안과 도피로 시간을 허비할 때 생긴다. 결국 점이란 ‘그냥 재미로 한번’ 정도가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임계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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